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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행진 리뷰] 이렇게 가득할 줄 몰랐다.

에코많이 2022. 10. 12. 14:24

3만 5천명이 올 줄이야...

가벼운 마음이었다. 7~8월 더위와 일로 정신없을 당시 기후정의행진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수백명쯤 올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부스 구경오라는 여러 단체의 홍보글을 접하고

'아, 그냥 가벼운 행사구나' 싶었다.

회사에 이야기해서 같이 가면 좋겠단 생각만 하다가 추석이다 뭐다 해서 정신차리고 보니 9월 23일쯤? 하하

그냥 소수정예만 다녀오겠다 하고 두명의 신입인턴을 모시고 출발했다.

처음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버스 아저씨가 한마디를 흘리며 떠나셨다.

 

'지금 버스타면 안되요! 지하철타요 지하철.'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고 탔을 법한데,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길래

이 날도 무더웠지만 지하철 타고 가기로 변경하고 시청역에 나가보니... 아이구머니나

아니 글쎄 도로가 사람으로 점령당했다!!!!!!!

양쪽 1차선씩만 남겨두고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숭례문부터 아마도 광화문까지

버스 탔으면 하루 안에 도착 못했을 상황이었다.

 

 

조금 늦은 터라 부스구경은 못하고 사람구경만 했다. 외국에 온 것 마냥 사람들이 자유분방하게 꾸미고 다녔다. 

산호모양을 한 모자를 쓴 사람, 기후위기를 알리는 멘트가 적힌 망토를 두른 사람, 피켓을 두른 사람,

지구 미니어쳐가 담긴 일회용컵을 붙인 밀집모자 등 기후위기를 유머러스하지만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곳 저곳에서 팜플렛과 기념 굿즈도 나눠줬다. 나는 이 날 처음 알게 된 엠네스티라는 인권단체의 손수건을 얻었다.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 싸웁니다'가 슬로건인가보다.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도 마이크 잡고 한말씀 중이었다.

수녀님들도 피켓들고 나오셨다. 진짜 오만가지 정치, 종교, 환경 등 각양각색의 단체에서 나와 자신만의 기후문제를 정의하며 목소리를 냈다.

 

서울한복판에서 이렇게 큰 판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3만 5천명, 이렇게 대규모의 집회는 처음봤다. 연설은 진지했지만 행진은 축제였다. 

단연 눈에 띄었던 행진 중 퍼포먼스, 길에 누워버리기를 시전했다.

상상 이상으로 남녀노소, 국적불문하고 많은 시민들이 기후는 위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이제까지 정부는 소비자 입장의 국민들에게만 환경보호를 강조했다.

식목일이나 환경의 날만 되면 SNS를 통해 전등끄기 행사,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라는 귀여운 제안을 하는 환경부 채널을 보면

우리 정부 왜이렇게 소꿉놀이를 하나 싶었다. 물론 한명한명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분리배출을 잘 하는 것은 백번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자, 판매자 등 모든 입장의 국민들에게 환경보호를 의무적으로 요구해야할 때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6개월 유예하더니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범'운영한다 하질 않나,

물티슈는 3년이나 유예를 하겠다는 안일한 정부가 이제는 바뀌길 바란다.

 

잠시나마 기후정의행진에 다녀온 덕분에 슬럼프에 빠졌던 환경운동 활동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후문제에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기후위기는 남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에 최선을 더해야겠다 다짐한다.

 

메인 피켓을 들고 많킹 인증샷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현수막
함께 간 우리 인턴분들과 함께, 시청역 앞에서 숭례문까지 꽉찬 인파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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